[2ch괴담] 2ch 괴담 신흥 종교의 가족
본문
우리 집은 신흥 종교를 하고 있었다.
나름 유명한 종교 단체.
세습제로 아버지가 6대째, 신도도 제법 많은 편이었다.
가족 구성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나, 네 명이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떠났다.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싫나는 그것을 싫어했고, 많은 것을......” 라며 떠났다고 한다.
슬펐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 시절의 가족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 할머니에게 학대당하고 울고 있는 어머니 정도밖에 없으니까
'뭐 어쩔 수 없지'라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는 중학생 때인데
우리 집에는 흔히 말하는 사원, 교회 같은 시설이 있다.
30평 정도 되고, 본존불이 있고, 동전함이 놓여 있다.
가끔씩은 그 동전함에서 동전을 빌리기도 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신앙심이 전혀 없었다.
어느 날 동전을 훔치려고 손전등을 들고 한밤중에 시설에 가보았다.
잔돈을 슬쩍 훔쳐서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본존이란 게 뭘까? 라는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결계를 넘어 본존에 가까이 다가갔다.
형태는 불단의 커다란 판 같은 것 안에 작은 신사가 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신사 문을 열어보았다.
내용물은 너무 자세히 쓰면 단체를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생략한다.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쪽에 끈 달린 주머니가 발견되었다.
너무 오래 있고 싶지 않았고, 왠지 모르게 그것도 챙겨서 후다닥 방으로 돌아갔다.
동전을 지갑에 넣고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내용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뭔가 검은 색이 삐죽삐죽 튀어나왔는데 겁을 먹고 손을 넣어 만져보니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털'
기분 나쁨과 동시에 '웬 털이야?' 라는 궁금증에서 오는 호기심.
주머니를 바닥에 끌어내어 모두 꺼내 보았다.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 사이에 반지가 하나 끼어 있었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반지, 아마 결혼반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본 순간, 왠지 모를 확신에 찬 망상이 떠올랐다.
'어머니'
그 뒤로는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망상이 넘쳐서 토할 것 같았다.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 서둘러 그 머리카락과 반지를 집어넣고, 본존에 가서 돌려 놓기로 했다.
잠시 후 우연히 아버지와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겨서 용기를 내어 물었다.
"혹시 결혼반지 같은 거 아직 갖고 있어요?"
"왜?"
"아니, 왠지 모르겠어"
"무슨 말이야..."
"아냐 아무것도..."
내가 먼저 말을 꺼냈지만, 무서워서 방으로 도망쳤다.
아버지의 눈빛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 후 망상에 사로잡힌 나는 집에 있는 것조차 무서워졌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를 수험, 기숙사 생활을 선택해
가족 친척, 신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대로 취업했다.
아버지는 작년 연말에 돌아가셨다.
가업은 삼촌이 물려받았다.
앞으로 나는 친정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