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괴담] 2ch 괴담 자동 응답 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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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아버지가 해상보안청에 근무하고 있고, 마이즈루에 단신 부임하는 동안에는 시마네현에 살고 있었다.
(현재는 부모님도 나도 그곳에 살고 있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에는 나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만 살고 있었다.
학교가 평일 오후부터 휴교가 되었기 때문에(이유는 잊어버렸다), 나는 집에서 뒹굴고 있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동생은 친구 집에 놀러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저녁 장을 보러 간다고 집을 비워서. 즉, 집에는 나 혼자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내 세상이다! 라고 생각하며 과자나 주스를 먹고 먹거나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시간대의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며 만끽했지만, 점점 지겨워졌다.
(와이드쇼나 시대극 재방송만 반복해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워서 만화(당시 주간 소년만화에 연재되던 약간 야한 판타지 만화)를 읽으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한 번은 받기 귀찮아서 무시했고, 열 번 정도 전화를 걸었다가 끊었다.
그러자 잠시도 쉬지 않고 다시 전화가 왔다. 무시해도 이번에는 계속 전화를 걸어온다.
귀찮아서 전화를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인데요. 지금 어머니는 안 계시고"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빠른 말투였지만 또랑또랑한 어조로 목소리는 알아듣기 쉬웠다.
하지만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마치, 한 사람이 전화로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
다만 군데군데에서
귀에 익은 단어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댐드. 마진켄. 앤섬. 요코씨. 다크슈나이더...
그리고 점점 남자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바스타드'라는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심지어 딱 내가 읽던 부분을.
내가 그걸 알아차리고 당황한 것을 전화기 너머로 깨달았는지 낭독을 멈췄다.
그리고 묘하게 축축한 목소리로
“초등학생인데 이런 야한 만화를 읽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좀 더 빨리 다음편을 읽고 싶지 않아?"
“그럼 벌을 주어야겠네?”
이런 말을 걸어왔다.
소름이 돋았고, 그제야 비로소 '두려움'을 느꼈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자세한 구조나 집 주변 설명은 생략하고, 내가 누워서 만화를 읽고 있던 위치는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아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위치였다.
나는 덜덜 떨면서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잠갔다.
그 후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몇 번이고 전화벨이 울렸지만 당연히 받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오자 나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울면서 사정을 설명했다.
믿어주지는 않았지만, 같은 반 친구들 중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화는 트라우마다.
휴대폰조차도 못 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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